미사일이 날아다니기 전, 시장은 항상 먼저 움직임. 오늘은 최근 미국-이란 긴장 사태가 어떻게 전 세계 바닷길을 막고, 아시아 방산주를 ‘천장’까지 뚫게 만들었는지 팩트 위주로 쉽게 뜯어보겠음.
- 미국과 이란의 악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님.
- 1979년 11월 4일,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미국인 50여 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이 그 시작점임.
- 인질극은 무려 444일이나 이어졌고, 양국 관계는 이때부터 ‘상시 충돌 모드’로 고정됨.
- 바다에서의 충돌 역사도 깊음.
- 1988년 4월, 미 해군은 ‘프레잉 맨티스(Operation Praying Mantis)’ 작전으로 이란 해군력을 박살 낸 적이 있음.
- 이때 시장은 “페르시아만에서 깝치면 바로 군사적 충돌이 따라온다”는 무서운 교훈을 얻음.
- 그런데 2026년 1월, 다시 그곳에서 심상찮은 신호가 잡히기 시작함.
- 보통 전쟁이 터지면 배들이 항구로 숨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남.
- 2026년 1월 6일에서 12일 사이, 이란 EEZ(배타적경제수역)로 들어오는 유조선 수가 1척에서 36척으로 급증함. (로이터)
- 항구에 가만히 정박해 있으면 ‘고정 표적’이 되어 미사일 맞기 딱 좋기 때문임.
- 그래서 반다르 이맘 호메이니 항구 근처 바다에는 벌크선 25척이 둥둥 떠 있고, 반다르 아바스 남쪽에도 컨테이너선·화물선 등 25척이 바다로 도망 나와 피신 중임.
- 일종의 ‘소나기 피하기’ 대형임.
- 더 심각한 건 ‘GPS 교란’임.
- 미 해군 연합해양전력(CMF)은 호르무즈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NSS) 교란 신호가 ‘Substantial(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경고함.
- 내비게이션 끄고 운전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니, 보험료와 운임이 미친 듯이 뛸 수밖에 없음.
- 이란은 여기서 한술 더 뜸.
- 현재 해상(운송 중이거나 부유식 저장소 포함)에 떠 있는 이란 원유와 콘덴세이트 물량이 1억 6,600만~1억 7,000만 배럴로 관측됨.
- 이는 2016년 이후 데이터상 최고치이자, 이란의 약 50일 치 생산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임.
- 지상 저장고가 공격받을 것을 대비해, 기름을 전부 바다 위 ‘둥둥 떠다니는 창고’에 옮겨놓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거임.
- 시장은 이 숫자를 보고 “아, 이번엔 진짜 뭔가 터지겠구나”라고 확신함.
- 왜 이렇게 시장이 호들갑일까? 여기가 ‘호르무즈’이기 때문임.
-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2,000만 배럴임.
-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 좁은 목구멍을 통과함.
- 사람으로 치면 숨통(기관지)을 꽉 잡고 있는 셈이라, 여기가 막히면 세계 경제는 산소 부족으로 질식함.
- 특히 이 물량의 84%가 아시아로 향했고, 그중 중국·인도·일본·한국이 상위 목적지(합산 69%)임. (아시아 비중이 압도적임)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곳으로 몰리기 시작함. 바로 ‘방산주’임.
-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지면, 실제 전쟁 여부와 상관없이 각국 정부는 지갑을 열어 ‘안보 보험’을 듦.
- 이미 전 세계 군사비는 2024년에 2조 7,180억 달러(전년 대비 +9.4%)를 찍으며 우상향 중이었음.
- 여기에 트럼프가 2027년 1.5조 달러 규모의 군사 예산 구상을 언급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림.
- 그 결과, 아시아 방산주들은 ‘신고가’ 놀이를 시작함.
-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 1월 13일 종가 기준 1,282,000원을 찍음.
- 1년 수익률이 무려 +229.18%, 시가총액은 66조 원을 넘어서며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짐.
- LIG넥스원, 현대로템, 풍산 등도 줄줄이 동반 상승하며 ‘K-방산’이 단순 테마가 아닌 ‘실적 주도주’임을 증명함.
- 옆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임.
- 1월 5일 기준 일본 증시에서 IHI는 +9.24%, 미쓰비시중공업은 +7.39% 급등하며 니케이 지수 상승을 하드캐리함.
- 일본은 2026년 3월 말까지 방위비를 GDP의 2%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예산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음.
- 가와사키중공업은 방산 매출이 2031년까지 2~3배(5,000억~7,000억 엔) 커질 거라고 대놓고 자신감을 내비침.
- 결국 이란이 “미국이 공격하면 주변국 기지도 타격하겠다”고 경고하고, 미국이 중동 기지 인력을 일부 빼는(Risk aversion) 지금 이 순간이,
- 역설적으로 방산 기업들에게는 ‘초대형 수주 기회’가 되는 것임.
- 호르무즈가 막힐까 봐 떠는 공포가, 미사일 방어 체계와 해상 무기 체계에 대한 주문서로 바뀌고 있음.
- 정리하자면, 전쟁은 불이 나기 전에 ‘연기’부터 피움.
- 그 연기는 ‘유조선의 항로 이탈’과 ‘GPS 교란’이라는 데이터로 먼저 관측됨.
-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은 그 연기를 보자마자 ‘방산주’라는 비상구로 달려간 것임.
- 지금의 주가 급등은 단순한 테마성 광기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임.
- 지정학적 위기는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임. 방산주가 구조적 성장기에 들어섰다는 말은 빈말이 아님.
한줄 코멘트. 총성은 귀를 때리지만, 돈은 소리 없이 먼저 움직임. 이 움직임은 바다 위 유조선 좌표와 관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