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

  1. 1906년 10월 7일,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국왕인 샤가 첫 번째 마즐레스(의회)의 문을 열었음.
  2. 이는 입헌 운동의 결실로, 의회가 실제로 기능을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같은 해 말 헌법 제정으로 가는 길을 텄음.
  3. 주목할 점은 이 변화를 이끈 핵심 세력 중 하나가 성직자와 ‘바자르(시장 상인)’의 연합이었다는 사실임.
  4. 이란에서 바자르는 물건만 파는 단순한 시장이 아님.
  5. 예전부터 이곳은 정보와 돈이 흐르는 중심이자, 민심이 폭발하는 도화선 역할을 해왔음.
  6. “바자르가 등을 돌리면 정권이 흔들린다”는 말은 이란 정치의 오래된 공식과도 같음.
  7.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바자르 상인들이 팔레비 왕조를 외면하면서 승기가 혁명군 쪽으로 기울었음.
  8. 혁명 성공 후 호메이니는 정규군(아르테시)과 별도로, 체제 수호를 위한 독자적 군사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를 1979년 봄에 만들었음.
  9. 이후 혁명수비대는 단순히 무력만 갖춘 게 아니라 석유, 건설, 통신 등 알짜 산업까지 장악하며 영향력을 키웠음.
  10. 시장 상인들 입장에서는 “군인들이 내 밥그릇까지 뺏어간다”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음.
  11. 이렇게 억눌려왔던 불만이 2025년 12월 28일,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를 중심으로 결국 터져 나왔음.
  12. 시위의 시작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생계’ 문제였음.
  13. 이란 화폐인 리알화 가치는 1달러당 145만 리알 선이 무너졌고, 2026년 1월 6일에는 약 149만 리알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었음.
  14. 2025년 한 해에만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거의 반토막 났고, 같은 해 12월 공식 물가상승률만 해도 42.5%에 달했음.
  15. 상인들은 물건을 팔아도 다시 물건을 들여올 자금이 부족하고 가격 기준마저 사라지자, 결국 가게 셔터를 내리고 거리로 뛰쳐나온 것임.
  16. 시위 규모가 커지자 정부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강력한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음.
  17. 2026년 1월 8일, 외부와 연결되는 국제 인터넷망을 사실상 차단해버린 것임(완전 차단이라기보다 해외 연결을 막은 형태).
  18. 그 결과 위성을 통하지 않는 일반 인터넷 접속률은 평소의 1% 수준으로 급락했고, 이란은 외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밀실’처럼 변했음.
  19.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일부에게 숨통을 틔워줬지만, 단말기 가격이 약 600달러(월 요금 별도)로 비싸고, 9천만 인구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함.
  20.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위 현장의 참혹한 모습은 정확한 검증 없이 불확실한 숫자로만 밖으로 전해지고 있음.
  21. 인권단체 HRANA는 1월 12일 기준으로 646명이 사망하고 10,721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음.
  22. 하지만 로이터 등 외신들도 “정부의 통제로 인해 독자적인 사실 확인은 불가능하다”는 단서를 달고 보도하는 상황임.
  23. 이러한 불확실성은 국제사회가 개입할 명분을 더욱 키우고 있음.
  2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이란을 압박할 종합적인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음.
  25.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군사 공격, 비밀 사이버 작전, 제재 강화, 온라인 지원 등을 한데 묶은 대응책들이 거론되고 있음.
  26. 게다가 1월 12일 밤에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는 대미 수출 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무역 전쟁 카드까지 꺼내 들었음.
  27. 이란 내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바다 위 상황도 심상치 않음.
  28. 이란산 원유와 콘덴세이트가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해상 재고’로 쌓이고 있음.
  29. 이 해상 재고는 약 1억 6,600만에서 1억 7,000만 배럴로 기록적인 규모이며, 이는 이란의 석유 생산량으로 따지면 약 50일 치에 해당함.
  30. 그중 절반 정도가 싱가포르 인근 바다에 몰려 있음.
  31. 이는 전쟁이나 피격 위험을 피해 걸프만 밖으로 물량을 빼돌리려는 의도, 중국의 수요 감소로 인한 적체, 하역 지연 등이 겹친 결과로 보임.
  32. 국제 유가(브렌트유)는 1월 12일 기준 배럴당 63달러대이지만, 이란발 위기가 커지면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임.
  33. 결국 이번 일은 단순한 반정부 시위 수준이 아님.
  34. 환율 폭락으로 상인들이 돌아섰고(경제), 인터넷 차단으로 진실이 가려졌으며(정보), 원유가 바다 위에 방치되는(지정학) ‘3중 복합 위기’임.
  35. 혁명수비대가 총칼로 사람들을 해산시킬 수는 있을지 모름.
  36. 하지만 1달러당 150만 리알까지 추락한 환율은 총을 쏜다고 해서 잡을 수 없음.
  37. 바자르가 문을 닫는 순간, 이란 체제를 지탱하던 ‘충격 흡수 장치’가 이미 고장 났다는 신호로 볼 수밖에 없음.

한줄 코멘트. 총으로 시위대를 겨눌 수는 있어도, 바닥없이 추락하는 환율을 체포할 수는 없음. 경제가 무너지면 독재도 유지가 안 되는 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