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상과에서 월말에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아세요?” — 미결(未決) 입니다

월말이나 분기 말이 되면 보상과 사무실의 분위기는 딱 하나로 수렴합니다. 바로 “미결 정리”입니다.

미결 사건이 쌓이면 회사는 회계상 아직 안 준 돈(지급준비금) 을 더 많이 쌓아야 합니다. 이 숫자가 커질수록 팀장이든 파트장이든 결재 라인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급준비금은 ‘사고는 났는데 아직 지급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회계연도 말에는 특히 민감하게 다뤄집니다. 이에 대한 리스크 평가는 보험사의 건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보험연구원 리스크 평가 자료 참고)

그래서 월말·분기 말에 담당자가 제일 선호하는 합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큰 소리 오가지 않고, 빨리, 영수증처럼 깔끔하게 종결되는 건.”

분기 말에 합의금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케이스가 있습니다.
초반 제시액은 수십만 원대였지만, 항목별 산출표로 쪼개서 “빠진 장바구니 품목”을 채워 넣고, 휴업손해 증빙과 의사 소견 한 줄까지 챙겨서 최종 합의금을 수백만 원대로 올렸습니다.

핵심은 감정적인 “말싸움”이 아니라 논리적인 계산서(항목) 싸움이었습니다.

2. “약관 계산” vs “실무 계산”의 차이: 담당자는 법원 예상액으로 역산합니다

보험사는 겉으로는 “약관 기준”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무 내부에서 돌아가는 진짜 계산법은 다릅니다.

법원에서 인정될 ‘장바구니 항목’만 남겨서 역산 → 그 합계가 내부 승인선

실제로 자동차보험 약관을 살펴보면 소송 제기 시 법원 확정판결 금액이 지급기준으로 적용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약관 예시)

즉, 담당자는 항상 머릿속에 “이 사건, 법원 가면 얼마 나오지?”를 깔고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법원이 인정하는 주요 항목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치료관계비 + 위자료 + 휴업손해 + 그 밖의 손해배상금(교통비/간병/향후치료비 등)입니다.

문제는 보험사가 우리에게 “총액”만 던진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받은 금액이:

  • 치료비를 뺀 순수 합의금인지
  • 위자료만 얹어준 건지
  • 휴업손해를 0원으로 만든 건지
    전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불투명한 ‘총액’을 투명한 ‘영수증’으로 바꾸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장바구니 계산법입니다.)

3. 합의금 역산표(엑셀형) + 사용법

아래 표를 복사해서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에 저장해 두세요.
빈칸인 [입력] 부분만 채우면, 담당자의 제시액이 “적정”한지 “부족”한지 바로 판별됩니다.

┌───────────────────────── 합의금 역산표 (장바구니 계산) ─────────────────────────┐
│ [입력]                                                                              │
│ ① 치료기간(/개월): ________      ② 입원일수: ______일      ③ 통원횟수: ______회
│ ④ 휴업손해 기준: (월급 ______원) or (일급 ______원)                                 │
│ ⑤ 과실: ______%              ⑥ 향후치료: ( / )                                  │
├───────────────────────────────────────────────────────────────────────────────────┤
│ [담당자에게 반드시 받아낼 항목(영수증 )]                                           │
A. 치료비(병원에 이미 지급? / 합의금에 포함?)                                        │
B. 위자료(상해급수 기준 금액)                                                        │
C. 휴업손해(휴업일수 × 1 수입감소액 × 85%)                                          │
D. 교통비(통원 교통비)                                                               │
E. 향후치료비(있으면추정서/소견서 금액 고정)                                     │
F. 기타(간병비/보조기/검사비/추가검진  실제 지출)                                   │
├───────────────────────────────────────────────────────────────────────────────────┤
│ [출력]                                                                              │
1) 보험사 제시액 검증:적정부족(= 빠진 항목 있음 / 깎인 항목 있음)             │
2)  요구할 항목:위자료휴업손해향후치료비교통비기타(______)      │
3) 요구 근거 서류(던질 ):                                                          │
- 휴업손해: 소득금액증명원/급여공제확인원/·월차 사용확인원/입원·진단서
- 향후치료비: 의사 소견서(치료 목적·기간·기능저하) + 향후치료비 추정서
- 위자료: 상해급수 확인(진단명/상해급수)                                           │
- 교통비/기타: 영수증/이체내역/처방전
└───────────────────────────────────────────────────────────────────────────────────┘

사용법 (반드시 이 순서대로)

  1. 담당자에게 A~F 항목별 세부 금액을 요청합니다. (총액 제시는 거절하세요.)
  2. 휴업손해가 0원이라면, 왜 0원인지 근거를 묻습니다.
    • 휴업손해는 “수입 감소 증빙”을 제출하면 산정에 반영된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입장입니다.
    • 계산식(휴업손해 = 1일 수입감소액 × 85% × 휴업일수)도 명확히 공개되어 있습니다.
  3. 향후치료비가 0원이라면, “필요 없어서 0원”인지 “증빙 서류가 없어서 0원”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4. 마지막으로 본인의 과실(⑤)을 적용해서 최종 금액을 비교합니다.

계산표대로 요구해도 담당자가 ‘근거 없네요’라고 나오면, 소견서 마법문구를 활용해 방어해야 합니다.

4. 담당자가 근거를 공개하게 만드는 스크립트

4-1) 통화 스크립트: “총액”을 “영수증”으로 찢는 대화법

나:
“지금 제시하신 금액이 ‘총액’이라서 적정한지 판단이 안 됩니다. 항목별로 쪼개서 보내주세요.”

담당자: “그냥 총액으로 보셔도 되는데요.”
나(끊어치기):
“아니요. 항목별로 봐야 합니다. 치료비, 위자료, 휴업손해, 교통비, 향후치료비, 기타 항목으로 나눠주세요. 총액은 영수증 없는 장바구니랑 똑같습니다.”

담당자: “향후치료비 산정은 어렵습니다.”
나:
“‘어렵다’가 아니라 0원으로 책정한 이유를 적어주세요. 향후치료비는 서류가 있으면 항목으로 들어가고, 없으면 빠지는 구조잖아요. 지금은 금액 ‘협의’가 아니라 항목 ‘누락’인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나(필수 멘트):
“빠진 항목이 있으면, 그건 협의가 아니라 누락입니다.”

담당자: “손해사정서 같은 건 내부 자료라 보여드리기 어렵습니다.”
나:
“보험금 청구권자가 요청하면 손해사정서 열람 및 사본 교부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지급 시 세부 산출근거 내역서도 교부 대상입니다. (보험금 지급 절차 관련 안내 참조) 그걸 기준으로 항목 누락부터 잡겠습니다.”

4-2) 카톡/문자 템플릿 (복사해서 사용하세요)

(정중 버전)

“안녕하세요. 제시하신 금액을 검토 중입니다. 치료비/위자료/휴업손해/교통비/향후치료비/기타 등 항목별 산출표로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총액만으로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단호 버전)

“총액 제시는 검증이 불가하여 수용 어렵습니다. 치료비·위자료·휴업손해·교통비·향후치료비·기타 각 항목별 금액과 산출 근거(기준/일수/단가)까지 보내주세요. 빠진 항목이 확인되면 누락으로 간주하고 정정 요청하겠습니다.”

4-3) 월말·분기 말 ‘플러스 알파’를 끌어내는 멘트 5선 (미결 정리 프레임)

  1. “이번 주 안에 미결 정리로 종결하려면, 빠진 항목만 정리하고 끝내시죠. 항목표 먼저 주세요.”
  2. “지루한 총액 협상 말고, 항목 누락만 1차로 정리되면 오늘 바로 종결 가능합니다.”
  3. “휴업손해와 향후치료비는 서류가 들어가면 숫자가 고정되잖아요. 고정되는 항목부터 반영하고 종결합시다.”
  4. “내부 결재가 어려우면, 어떤 항목이 결재 걸림돌인지 정확히 말해 주세요. 그 항목만 자료로 잠그겠습니다.”
  5. “서로 시간 낭비 말고, 법원 가면 인정될 항목만 먼저 맞춰서 종결하죠. 산출표 보내주세요.”

5. 삭감 포인트 방어 로직 (장기치료/기왕증/향후치료)

여기가 보험사의 “깎기 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구간입니다.
깎는 말이 나오면 ‘말’로 받지 말고 ‘서류’로 막아야 합니다.

특히 향후치료비는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향후치료비는 말로 읍소해서 받는 게 아닙니다. 의사의 소견 한 줄로 받는 것입니다.” (관련 글 보기)

담당자가 자주 사용하는 프레임을 깨는 비교표를 숙지하세요.

[3열 비교표] 보험사 주장 vs 반박 논리 vs 예상 결과

보험사 주장우리의 반박 논리예상 결과
“약관 기준상 이 정도입니다”실무는 ‘법원 예상액’으로 역산 + 서류로 고정. 소송 시 법원 판결액이 지급기준임상향 협상 여지 발생
“향후치료비는 어렵습니다”소견서에 ‘치료 목적·기간·기능저하’가 명시되면 상황이 바뀜. ‘서류 없음=0원’을 ‘서류 있음=지급’으로 전환향후치료비/위자료 반영
“장기치료라 삭감해야 합니다”기록이 ‘단순 통증 호소’가 아닌 ‘기능저하 중심’이면 장기치료가 아니라 ‘필요치료’로 인정삭감 방어 성공
“통원이라 휴업손해는 0원”휴업손해는 수입 감소 증빙 제출 시 반영. 1일 수입감소액×85%×휴업일수 공식 적용휴업손해 재산정
“주부/프리랜서는 소득이 애매해요”증빙이 어려우면 일용근로자 임금 기준 적용. 증빙 제출 시 재산정 가능최소 기준 확보 + 증빙 상향
“그건 치료비로 이미 나갔습니다”치료비와 합의금은 별개. 합의금 총액에 치료비 포함 여부를 분리하여 영수증 재작성 요구총액 꼼수 차단
“이 정도면 충분히 드렸습니다”충분/부족은 감정이 아니라 항목 누락 여부. 항목표 없으면 검증 불가함협상 주도권 회수

6. 오늘 당장 할 행동 지침 + 체크리스트

6-1) 합의 전 필수 체크리스트 12가지

이걸 확인하지 않으면 중요한 항목이 ‘누락’될 수 있습니다.

  1. 치료비 구분: 합의금에 포함인지 별도인지 확인 (총액 착시 차단)
  2. 치료 기간: 초진부터 현재까지 주/개월 단위 정리
  3. 입원/통원 분리: 입원 일수와 통원 횟수 정확히 파악
  4. 통원 교통비 자료: 영수증, 이체 내역, 택시 앱 내역 등 확보
  5. 휴업손해 증빙: 소득금액증명원, 급여공제확인원, 연·월차 사용확인원 등
  6. 휴업 ‘일수’ 근거: 입원 기간 + 의사의 업무제한 소견
  7. 상해급수/진단명: 담당자가 산정한 위자료의 기준이 되는 급수 확인 (손해보험협회 상해급수 FAQ 참고)
  8. 향후치료 필요성: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사 문장’ 확보
  9. 향후치료비 추정서: 금액 고정용 필수 서류 (향후치료비 관련 약관 예시 참고)
  10. 과실(%) 확정: 경찰 조사 결과와 보험사 주장을 비교 (과실 비율만큼 총액이 깎임)
  11. 기왕증 리스크: 담당자가 “원래 있던 병(디스크 등)”을 언급하면 즉시 체크
  12. 기록의 방향: 의무기록에 “단순 통증”만 있는지, “기능 저하/제한”이 기록되어 있는지 확인

6-2) “담당자가 가격 깎을 때 쓰는 말”별 대응 자료

  1. “통원이라 휴업손해는 없어요.”
    • 대응 자료: 근태 기록(연·월차 사용/무급처리 내역) + 소득자료 + 의사의 업무제한 문구
  2. “자영업은 매출 전부가 소득이 아니에요.”
    • 대응 자료: 소득금액증명원/세무자료(수입-경비 구조), 실질적 ‘수입 감소’ 입증 자료
  3. “주부는 소득이 없잖아요.”
    • 대응 논리: 가사 불능 시 일용근로자 임금 기준 적용을 근거로 재산정 요구
  4. “향후치료비는 인정이 힘들어요.”
    • 대응 자료: 향후치료비 추정서 + 소견서(치료 목적·기간·기능저하 명시)
  5. “장기치료라 더는 못 드려요 (과잉치료 주장).”
    • 대응 자료: 기능 저하 중심의 의무기록, 재활 필요성 문구, “왜 치료가 필요한지”가 적힌 기록
  6. “기왕증(원래 있던 병)이라 깎아야 해요.”
    • 대응 자료: 사고 전후 비교 자료(이전 진료 내역/무증상 기간) + 이번 사고로 악화된 점을 적시한 의사 소견
    • Tip: 기왕증 싸움은 “병이 있다/없다”가 아니라 “이번 사고로 얼마나 악화됐나”를 서류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7. 다음 단계: “서류로 잠그기”가 끝판왕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다면 이제 보험사의 제시액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 총액만 왔다면 영수증(항목표)부터 요구하고,
  • 항목표를 받으면 빠진 줄(누락) 부터 찾고,
  • 빠진 줄을 채우는 건 서류로 고정시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담당자는 고객의 “말”에는 결재를 올리지 못합니다. 오직 문서(근거) 에만 결재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근거를 모두 갖췄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차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담당자의 멘탈을 흔드는 구체적인 대화법을 다룹니다.

? 다음 글: 대인담당자 멘탈 흔드는 스크립트 실전편